르네상스 시대 미술, 매너리즘
16세기에 이탈리아는 미술에 큰 혼란을 일으키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힘의 노예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술가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꿈과 환상의 세계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인간을 신비한 모습으로 혹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왜곡하거나 현실을 탈피하려고 했습니다. 후세에 비평가들에 의해서 이 시대의 불안정한 이탈리아 미술에 매너리즘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르네상스 후기 시대, 매너리즘 화가들
- 피오렌티노: 매너리즘 화가 중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 중 하나인 피오렌티노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통해 새로운 미술적 태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퍼져나가는 격자 형태의 구도는 이전에 본 어떤 그림에서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기묘하게 굴곡된 인물과 기진맥진한 인물들은 한번 보면 쉽사리 잊을 수 없는 기이한 모습입니다. 이들 인물은 자신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힘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으며, 그들의 육체나 의복은 연약하고 덧없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독감과 절망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 파르미지아니노: 파르미지아니노는 파르마의 화가라는 뜻입니다. '파르마'는 이탈리아 도시 이름으로, 한 도시를 대표할 만큼 파르미지아니노는 인정받는 화가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동판화를 시작한 화가이자 매너리즘 화가입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영향을 받은 그는 특히 초상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파르미지아니노의 작품에는 <긴 목의 성모>, <자화상>등이 있습니다. <긴 목의 성모>에서 상아처럼 매끈하고 부자연스럽게 긴 손과 발, 몸을 가진 인물들은 비잔틴 미술에서 볼 수 있는 성인과 같이, 자연으로부터 동떨어진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늘고 우아한 곡선으로 인물을 독특하게 표현해 낸 파르미지아니노만의 화풍이 잘 드러난 그림입니다.
- 틴토레토는 이탈리아의 화가로, 본명은 야코포 로부스티입니다. 아버지가 염색장인이어서 염색장인이라는 뜻을 지닌 틴토레토라고 불렸습니다. 틴토레토는 놀라울 정도의 독창성과 정력이 넘쳤으며, 매너리즘의 반고전주의적 경향과 우아한 경향을 종합해서 하나의 양식을 창조했습니다. 극적인 몸짓을 보이는 근육질의 인물들을 그렸으며, 매너리즘의 대범한 원근법을 사용했습니다. 인체 해부와 움직임의 표현, 극적인 구도 등을 혼자 깨닫고 원근법을 연구했으며, 빛과 색채의 극적인 효과를 잘 이용했습니다. 틴토레토의 작품 중 <빌라도 앞에 선 그리스도>는 대담한 필법과 빛나는 색채 그리고 어둠을 가르는 빛의 표현이 돋보이는 그림입니다. 격렬한 몸짓의 인물들은 미켈란젤로 풍의 인물을 연상시킵니다. 틴토레토의 회화 양식은 종교개혁에 대한 방위 책의 일종으로 종교체험의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는 자연스러운 태양빛이 실내를 밝히고 있지만,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에서는 천장에 매단 기름 램프와 인위적인 조명이 실내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천장에 있는 천사들은 어두운 실루엣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만찬상 앞에 있는 남녀 하인들은 어수선한 몸짓으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대각선 구도와 빛과 그림자의 거친 대조를 통해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 엘 그레코는 그리스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에스파냐의 톨레도에 정착하여 활동한 에스파냐의 화가입니다. 당대 가장 독창적인 종교 화가로 손꼽힐 만큼 종교적인 내용을 잘 그렸고, 초상화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엘 그레코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대의 추상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일그러지거나 뒤틀려 있습니다. 이러한 화풍은 당시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그의 그림을 특징짓는 요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586년 작품인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에서 오르가스 백작은 14세기 에스파냐에서 대단히 신앙심이 깊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죽고 시체를 묻을 때 하늘에서 두 성자가 내려와 도와주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림에 묘사된 갑옷과 투구 등의 눈부신 색채와 질감은 티치아노를 능가할 정도입니다. 1610년 작품인 <라오콘>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거칠면서도 힘찬 붓놀림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형상화한 역사화입니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 신관 라오콘이 그리스 군의 함정을 눈치채고 소리치는 순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지시에 따라 뱀들이 나타나 라오콘과 두 아들을 휩쓸어 감아 버렸습니다. 가운데 쓰러져 있는 사람이 라오콘이고, 양쪽에 있는 사람이 그의 아들들입니다.
- 코렛지오는 북부 이탈리아의 화가로 생전에는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않았지만 사후 1세기가 지나고 나서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환각적인 원근법으로 그린 그의 걸작으로는 파르마 대성당의 천장에 그린 프레스코화 <성모의 승천>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광활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서로 어울리면서 춤추는듯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군상들이 가득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 벤베누토 첼리니는 매너리즘 2 단계 격인 우아한 양식의 대표적인 조각가입니다. 그는 다채로운 생애를 누렸던 피렌체의 금세공사이며 조각가입니다. 조각 작품으로 프랑스의 국왕 프랑수와 1세를 위해 만든 <소금 그릇>이 있습니다. 첼리니의 관심은 프랑스 국왕을 눈부신 기교로 감탄시키는 데 있었기 때문에 소금을 담는 기능이 벼로 중요시 된 그릇이 아닙니다. 금을 이용하여 사치스럽고 호화스럽게 제작한 이 <소금 그릇>은 첼리니의 놀라운 기교의 작품으로 사람들을 감탄시키고 있습니다.
- 지오반니 볼로냐는 16세기의 프랑스에서 매너리즘이 주류가 되었을 무렵 이러한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젊은 천재 조각가입니다. 본명은 쟝 드 볼로냐이며, 16세기말부터 수십 년 동안 피렌체에서 가장 뛰어난 조각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의 작품 <사비니 여인의 약탈>에서 인물은 나선형으로 조각되어 있어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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